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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기술 사이/그리고서(書)9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아직 끝을 본 건 아니지만 읽고 있는 지금도 너무 좋아서 쓰는 글. 첫 장부터 흡입력이 너무 강했다. 물론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글이 그려내는 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탓이기도 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꽤 오래전에 이미 영화화가 되었고 남자 주인공은 내가 좋아하는 일본 배우 마츠야마 켄이치. 영화가 별로라고 해도 남배우가 좋으니 보려고 했다. 그런데 나오코 역이 내가 생각했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라 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버렸다. 내가 생각했던 나오코 상은 이시하라 사토미 같은 얼굴이었다. 발랄한 미도리 역을 맡은 미즈하라 키코와는 상반된, 고요한 첫사랑을 담아낼만한 얼굴이 바로 이시하라 사토미가 아닐까? 아예 소설 속에서 예쁘다는 표현이 있으.. 2024. 9. 15.
여름날 그늘 아래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 한줄기, 최소한의 이웃(허지웅 산문집) 작가 '허지웅'이라 하면 항상 서늘한 칼끝을 연상했다. 들끓는 감정을 차단하려는 듯한 단열재와 같은 은빛의 서늘함. 그래서인지 그에게서 풍겨지는 온도가 차가워도 밉지는 않았고 오히려 더 눈이 갔다. 그만큼 온정의 눈길로 바라보는 작가이기에, 이번 책도 주저 없이 구매했다. 책장을 넘길수록 책장 모서리가 접히는 횟수가 늘어나고 그렇게 두툼해져 버린 책장은 어쩐지 그의 따스함과 닮았다. 이웃과 사회를 향한 따듯한 시선을 전보다 단정해진 문장들에 담아 메세지를 명료하게 했다. 그의 시선 속에 담긴 한국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정이 참 많이 가는 책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사회를 보는 관점이 낳은 행동이 극명하게 달랐다는 점에서-그는 글을 쓰고 나는 떠났다-마음을 짓누르는 듯한 묵직함을 책 읽는 동안 계속 느.. 2022. 10. 2.
<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 저, 옮긴이 강초롱 최근에 한국 서점에서 해외 배송으로 책을 주문하면서 친구가 읽고 싶다던 책도 두어 권 같이 구입했다. 그중 하나가 보부아르가 쓴 . 먼저는 친구에게 빌려주고 얼마 전에 돌려받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이 주는 여운이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에 잔잔하게 남아있다. 이렇게 예기치 못하게 좋은 책을 만나고 나서는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나보다 싶기도. 친구가 다 읽고 나서 어땠는지 알려달라고 해서 쓴 메세지로 포스팅로 대신한다. 앞으로는 이렇게 책에 관한 글을 쓸 때에는 잘 쓰려는 마음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미루기보다는 친구에게 쓰듯 편안하게 써 버릇해야겠다. 1. 오늘 뒤에 해설까지 해서 다 읽었어. 평소엔 해석 읽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해설 읽으면서 한번 더 운 거 같네 ㅎㅎ 예전에 상담심리학 교수.. 2022. 6. 2.
아침의 피아노,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도서관을 오고 가는 나의 길에 울렸던 한 사람의 곡조. 책을 사둔 것은 오래 전이나 이 책이 그의 형상을 갖기까지 죽음은 필연임을 알았기에 책장을 넘기는 일이 참으로 어려웠다. 그러다 이번엔 겨우 다짐하며 책장을 넘겼고 한 글자 한 글자가 머금은 여름의 습도와 새소리에 마음의 온기가 더해지기도 하고 눈물이 차오른 채로 하루를 보냈더랬다. 그렇게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도 감상을 남겨야지, 마음은 먹었지만 한 달이 지난 오늘에서야 마침표를 찍는다. 여기까지의 여정이 참으로 멀고 멀었다. 그건 아마 작가가 끝까지 노래하던 사랑을 나의 할 일로써 남겨두고선 거듭 되새기고픈 나의 사랑 때문이었으리라. 2022. 3. 1.
베를린에서 사랑은. 동미 독일에서 알고 지내는 분들과 저녁 식사를 하려고 나선 길에, 평소와 같이 책을 한 권 들고나갔다. 그 책은 김준 작가님의 이라는 에세이집이고, 예전부터 좋아하던 작가님의 책이라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어서 다시 읽던 차였다. 그 덕분에 자연스레 책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추천해준 분들이 흔쾌히 빌려주신 덕에 돌아오는 길에는 책 두 권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책 는 여행작가 이동미 님이 베를린에 머물며 시작한 사랑을 진솔하게 담은 에세이집이다. 작가님은 베를린과 어떻게 처음 연을 맺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책을 쓸 당시에는 어떤 이유로 오게 되었는지를 시작으로 베를린에서 만난 남자 '스벤'과의 사랑을 풀어나갔다. 나이대는 다르지만 작가님과는 '베를린'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고, 나 역.. 2021. 10. 16.
가족에게 상처 받은 당신을 위한 책 4권 * 책의 난이도(하 → 상)에 따라 소개 류희주 저, 『병명은 가족』 독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힐링'을 막무가내로 남발하는 책 광고가 넘쳐나기에,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책은 웬만해선 구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예외적으로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구입했다. 이 책 표지를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봤을 때 아몬드의 표지 일러스트레이션(0.1-영점일- 디자인)이 딱 떠올라 멈칫했는데, 다른 책들과 달리 정신과 전문의의 책이라 책의 목차를 훑어보고 괜찮을 것 같아서 구입을 결정했다. 케이스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동시에 환자들을 지켜보는 의사로서 느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녹였기 때문에 심리학적, 의학적 이해가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각종 사건 사고가 연발하는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아픔을 이고 가.. 2021.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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