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 서점에서 해외 배송으로 책을 주문하면서 친구가 읽고 싶다던 책도 두어 권 같이 구입했다. 그중 하나가 보부아르가 쓴 <아주 편안한 죽음>. 먼저는 친구에게 빌려주고 얼마 전에 돌려받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이 주는 여운이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에 잔잔하게 남아있다. 이렇게 예기치 못하게 좋은 책을 만나고 나서는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나보다 싶기도.
친구가 다 읽고 나서 어땠는지 알려달라고 해서 쓴 메세지로 포스팅로 대신한다. 앞으로는 이렇게 책에 관한 글을 쓸 때에는 잘 쓰려는 마음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미루기보다는 친구에게 쓰듯 편안하게 써 버릇해야겠다.
1. 오늘 뒤에 해설까지 해서 다 읽었어. 평소엔 해석 읽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해설 읽으면서 한번 더 운 거 같네 ㅎㅎ
예전에 상담심리학 교수님이 교수님의 스승님과 같이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 스승님이 교수님한테 신문에 실린 기사가 좋으니 읽어보라고 건네주셨대. 근데 알겠다고만 하고 접어두니까,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지금이 아니면 다시 읽을 기회가 없을 거라고 하셨다는 게 계속 마음에 남더라고. 사람 뿐만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을 대체로 적당한 때에 마주친다고 생각해. 그런 관점에서 이 책도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정말 적당한 때에 읽게 된 것 같아서 감사하더라. 또 읽고 싶은 책 있으면 종종 알려주렴 덕분에 좋은 책 읽었네 :)
2. 보부아르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엄마가 떠오를 만큼 많은 문장들이 엄마의 지난날과 교집합이 많고 또 그런 엄마를 바라보고 이해해온 시간이 나도 점점 늘어나서 그런가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 갈수록 마음에 깊이 다가오더라. 또 보부아르의 인간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각이 느껴지고 덕분에 유럽인들에 대한 생각이 또 한 번 바뀌는 계기가 되었어. - 좋은 책은 번역이 되어도 좋고, 번역가 역시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원문을 전하려는 그 태도가 글 안에 느껴져서 더 좋았음.
3.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순간순간 사랑을 담아서 살아야지 싶네. 죽음으로 사랑을 배운다는 게 울컥하게 만들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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