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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와 독일/독일 생활🇩🇪

독일 유학의 환상을 버려라 : 유학의 실패에 대하여

by dobbie und berlin 2021.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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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뿐만이 아니라 타국으로의 유학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어학원을 다니면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거나-자신이 원하는 학교로 가지 못했거나-자신의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왔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알았다. 그러나 유학은 그저 또 하나의 현실이지 유토피아가 아니다. 특히 독일 유학은 힘들다. 검색해보면 독일 유학을 성공한 사람들의 후기가 있으니까 나 역시도 그 사람들처럼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쉽게 보이겠지만, 절대 아니다. 힘들다. 실패한 사람들은 글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당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 역시 힘들다. 이제 시험이 1달 앞으로 다가와서 디자인 업무 관련해서 도와주기로 한 일정을 제외하고는 모든 약속을 취소했다. 영어를 공부했고 가르쳐 본 입장이지만 (그래서 더) 괴롭다. '영어를 잘하니 독일어도 잘하겠어요'란 이야기는 영어를 제대로 공부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이다. 따라서 그런 말을 믿고 독일로 오겠다고 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다. 멀리서 봤을 땐 독일어와 영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언어다. 예를 들어서 영어는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을 잘 조합해서 명료하게 전달하는 기술을 높게 평가하는, 대중적이며 디자인적 성격이 강한 언어다. 그런 이유에서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문장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또 이런 이유로 긴 문장을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독일어는 반대로 콤마가 한 문장에 5-6개씩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고작 B2 수준의 문장이나 읽는 건데도 주문장, 부문장, 수식과 수식이 도대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구어체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할 정도로 호흡이 긴데,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의 길이도 길다. 읽다 보면 내 눈이 숨찬 것 같다. 이 외에도 독일어를 배우는 초반에는 문법이나 에세이 원칙이 다르니까 미칠 것 같았다. 어떨 때는 그냥 영어를 모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가끔 아예 0개 국어 상태가 돼서는 영어만 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Pause가 생긴다. 영어만 할 때의 '0개 국어 모드'는 한국어로라도 생각이 났다면, 지금은 그냥 생각 자체를 잃는다. 반응을 해야 하는데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가만히 있을 때가 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이렇게 힘들게 했음에도 독일에서 독일어를 한다는 건 가치 있는 능력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며 독일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나 하나 갖추는 것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학원에서 시험 준비를 한다는 건 그저 게임에서 실전에 들어가기 전에 싱글 플레이로 캠페인이나 깨부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막상 시험을 통과해도 또다시 일상에서 좌절을 경험하게 되고, 그게 반복되면 독일 생활을 영위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리고 독일에 머무르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 명, 두 명씩 떠나는 걸 두 눈으로 목격하는 일이 생긴다(물론 떠나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이든 도전하는 것을 언제나 격려하는 편에 서있던 나지만, 솔직히 이제야 말하건대, 독일 유학은 진짜 다시 한번 생각하실 필요도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차라리 해외 생활을 원하신다면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시고 영어를 잘 준비하신 다음에(토플을 기준으로 한다면 90-100점대) 독일 취업을 해보시는 걸 권하고 싶다(참고로 이게 내 독일 유학이 망했을 때의 플랜 B이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1달 동안은 포스팅이 없을 것 같다. 이 글도 사실 쓸 생각이 없었다가 점심을 많이 먹었는지 너무 졸려서 잠깐 짬 내서 쓴 거라, 아마 있더라도 일기 정도나 가끔 쓰러 올 거 같다(=힘들다고 징징댈 것 같다). 그럼 츄스츄스 (ಥ◡ಥ)

 


updated 11 Nov, 17:28

 

집에서는 공부에 집중을 잘 못해서 공유오피스에서 나와 공부를 한다. 2달째가 되면서 항상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같은 방을 쓰면서 자연스레 이야기도 하고 먹을 것도 나눠 먹고(ㅎㅎㅎ)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있고 말 한마디 안 붙이는 무뚝뚝한 사람들도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암묵적으로 지정된 나의 자리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서로 얼굴은 알지만 이야기는 거의 나눠보지 않은-평소 무표정이라 어쩐지 거리를 두었던-남자가 대뜸 내가 있는 방문을 열더니 여기서 일해도 되냐고 물었다. 된다고는 했지만, 안 친해서 속으로는 '다른 방도 많은데 굳이 내 방에서 왜 하려고 하지'라며 다른 방에 가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는 결국 나와 같은 방에서 일했다. 그런데 자기 짐을 챙기면서 갑자기 말을 걸었다. 오늘 같이 있으면서 내가 독일어 공부하는 걸 알아챘던 건지 독일어 공부한지는 얼마나 됐냐, 난 여기 온 지 10년 됐고 5년 전까지 학교를 다녔는데 학교를 다니면서도 말을 잘 못했다, 그런데 독일인 여자 친구(ㅋㅋ)를 사귀면서 독일어를 할 수 있었고 그 친구에게 감사하다며 ㅋㅋ 평소와 다르게 잡담을 엄청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또 나보고 말을 더 많이 연습해야 한다고 ㅎㅎ 내가 네 맘을 안다며, (고마워여) 평소와는 전혀 다른 수다를 떨어서 깜짝 놀랐다.

 

이런 이야기는 독일어 공부를 하는 동안엔 줄창 듣기에, 새로울 건 없다. 하지만 독일어 때문에 심신이 나약해져 있을 때, 갑자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응원을 받으니 또 힘이 난다. 비단 오늘뿐만이 아니라 항상 인생에서 힘들다란 생각이 들 때면 꼭 기가 막힌 타이밍에 누군가가 불쑥 나타나 응원을 해주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도 아니면서, 매번 겪을 때마다 인생이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보기엔 이렇게 돈까지 따로 내가면서 사무실에서 공부하는 게 돈 아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선택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아침 7시에 나와 같이 출근해 일하시는 청소부와도 웃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나랑 항상 같은 방을 쓰는 중년의 남성분이 외모와는 다르게 친절해서 독일어로 말도 많이 걸어준다. 그 외에도 이 사무실에서 내가 독일어 공부하는 걸 아는 사람들은 다 독일어로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다들 웃으면서 대해주어 참 고맙고, 이런 경험은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는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돈이 아깝지 않다. 게다가 귀여운 강아지도 매일 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왼) 주인이 퇴근 좀 하자는데 댕댕은 갈 생각이 없다... (오) 심심한 댕댕이

 

 

👉독일어 시험 레벨로 보는 독일어 수준

 

독일어 텔크 시험 레벨로 보는 독일어 수준

*내가 공부하는 게 텔크여서 텔크 기준이긴 하지만 괴테도 그다지 차이가 없을 것 같다. A1 / 하루 1-2시간, 주3회 정도도 충분 독일어를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수준이다. 앞으로 독일어 공부에서 갈

dobi-mit-berli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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