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조심해야 하는 것들은 여러 있겠지만, 의외로 모르고 당하는 일들 중 하나는 '한국인 도와주기'다. 타국에 나와 있는 입장이 어떤지 아니까 선의로 도와주는데, 그 도움에 대하여 고마움은커녕 화풀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2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못해봐서 그런지, 혹은 한국에서 또래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거나 학력 세탁을 하고 싶어서 차선책으로 외국 생활을 시작한 탓인지, 이런 경우가 많다.
최근에 나 역시 사람 하나 도와줬다가(돈 한 푼 받지 않았음) 기분 나쁜 일만 생겼다. 독일에서 1년 정도 알고 지낸 애가 방을 못 구해서 이사부터 방 구하는 일까지 다 도와줬다. 그런데 매번 방을 보러 갈 때마다 마음에 안든다고(성인임에도 방 보러 가서는 실시간으로 부모와 영상통화를 하며, 또 그 부모의 마음에 들어야 했고) 퇴짜 놓는 게 너무 힘들었다. 겨울 학기가 시작할 무렵이라 다들 방을 구해서 당장 갈 집이 없는데 이 방은 혼성이니 싫다, 이 방은 부부랑 사니 싫다, 이 방은 너무 멀어서 싫다, 이 방은 너무 비싸니 싫다, 모 유학원 응대가 마음에 안 들어서 중개 안 받겠다고 거절했다. 할 수 없이 쯔비셴을 먼저 찾아서 거기서 잠깐 갔다가 옮겨보는 건 어떠냐니까 또 그건 이사 두 번 해야 하니까 싫단다. 그 이사도 다른 친구들이랑 아침부터 다 같이 도와줘서 힘들 것도 없는데, 그건 또 귀찮은 거다. 또 하루는 WG 인터뷰를 갔는데, 자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무슨 회사 면접 보냐'면서 비꼬고 집주인 욕하기도 했다. 매사 부정적이라 앞에서 끄덕끄덕 들어주고 넘기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나도 지쳤다.
그나마 가격대가 있지만 다른 조건은 모두 충족하는 방이 하나 남아 있어서, 집이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지 않으면 거기서 버티다가 다른 데로 옮기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런데 마음을 못 정하고 스트레스 받았는지 날마다 힘들다고 징징대길래 하루는 힘내라고 하면서 장문으로 문자를 보냈다(하단 첨부). 답장으론 고맙다고 해놓고선, 속으론 그게 기분이 나빴는지 자기 부모와 내 이야기했고 그 내용을 그대로 캡처해서 보내줬다. 그걸 또 부모가 읽고 나한테 갑자기 카톡으로 전화를 하더니(말도 없이 카톡 정보 넘김) 다짜고짜 소리 질러댔다.
아주머니는 나에게 방 좀 구해주는 게 유세냐, 너만 유학생활 해봤냐, 네가 내 조카뻘인데(그럼 용돈이라도 주시던지), 네가 내 딸을 힘들게 한다, 돈이 있니 없니 그런 이야기를 왜 하냐, 네가 그럼 들어가라(??) 등등이었다.
돈에 대해서는 위에서 짧게 언급한 것과 같이 지금 방이 없는데 조건을 충족시키면 돈이 올라가는 것 뿐이고 자기가 먼저 너무 먼 집 싫다고 정 안되면 먼 집 구해서 짐만 놔두고 한국 가있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왕복 비행기 값과 예산 초과 비용이 엇비슷하다고 봐서 그냥 비싼 방을 가는 게 어떻냐고 말했을 뿐이다. 돈이 없다고 하면서 맨날 외식하고 배달음식 시키는 돈은 어디서 나는 건지...
어째서 부모가 되면 안 되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었을까? 나야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넘기면 되는데 걔는 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을 평생 부모로 두고 살아야 하니, 딱하지만... 뭐, 그것도 자기 팔자 아닐까?
이처럼 외국에서 한국인을 돕는 건 적당히, 오래 두고 봤을 때 괜찮았던 사람들 정도나 돕는 게 맞다. 외국에 있던 분들은 꼭 한 번씩 조언해주는 일이기도 하니, 앞으로 외국 가실 일 있다면 도움을 받으실 땐 예의를 갖추고, 도움을 줄 때도 역시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기억하시는 게 좋겠다.
부모가 나보고 자기 딸을 괴롭힌다며 노발대발하며 소리지른 문자 원문
- 문자메세지라 맞춤법이 어긋날 수도 있으나 개인 정보 제외하고 그대로 올림.
00아,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시험에 집중해야 해. 집 문제 때문에 시험 놓치면 그건 그것대로 손해니까. 그래도 일요일 집은 인터뷰 통해서 들어가는 거구 그러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해야 해. 안 그러면 인터뷰에서도 울상인 표정으로 갈테고 그럼 첫인상이 너무 안 좋게 보일 수 있으니까.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생각 많아질 필요도 없고.
그리고 여담으로 앞으로 말을 할 때 뭐든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을 해야 해. 특히 너에 대해서 ‘나는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 이런 질문을 계속 던져보고 답을 그냥 편하게 써봐봐. (차라리 시험 집중 안되면 이거해) 그래야 나는 이런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생기고 그 자신감으로 앞으로 무슨일이든 해나갈 수 있어.
예를 들어서, 아까 나랑 식물 이야기할 때도 식물이 쑥쑥 잘 자란다고 했을 때, ‘그냥 키우기 쉬운 식물인 거 아니야?’ 뭐 이런 식으로 말했잖아(기억은 정확하게 안나는데) 그 말을 듣는데 내가 예전에 과외할 때나 친구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기억나더라고. 자식이 좋은 점수를 받아오면 어떤 부모들은 ‘이번 시험이 쉬웠던 거 아니야?’ 아니면 ‘너 말고도 백점 받은 애 많았나보네?’ 하는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있었거든. 그러면 자식들이 기가 쉽게 죽어. 시험 난이도랑 상관없이 잘한 건 그냥 칭찬하면 되는데, 성과에 대한 보상(칭찬)을 못 받으니까 자존감이 같이 떨어지고, 또 이말 저말에 쉽게 흔들리게 되지.
+) 이 예시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말을 비아냥 거렸다. 외모 자신감이 없길래 자기만의 매력이 있고 나도 내 매력에 집중하니까 사랑을 받을 수 있더라고 하면 '언니는 한국에서 그랬던 거고' 이런 식으로 받아치는... ㅎㅎ 이런 말버릇은 누구에게 배운 걸까?
그래서 아까 니가 그런 이야기 했을 때, 어쩌면 니가 집에서 칭찬을 충분히 못 받고 자랐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 그래서 부모님이 잘못된 거다 이 말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부모님 입장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고 체구도 작고 그러니까 뭐 하나 하는 게 다 어리숙해 보이고 못 미더워 보이고 더 잘해주고 싶고 그래서 주의를 주는 일이 많고 그래서 그러셨을 건데, 의도와는 다르게 자신감은 많이 떨어지게 된거라고 봐.
그러니까 앞으로는 네가 너한테 항상 힘을 주는 습관을 길러야 해. 나도 부모님이 엄해서 20대 초반까지 자신감도 없고 누가 나한테 예쁘다고 하면 ‘왜 저런 말을 하지?’하면서 내 못난 부분만 보이고 그랬어. 특히 나는 웃을 때 내 눈이 쭉 찢어지는 듯한 게 싫더라고. 그런데 부모님이랑 떨어져 지내면서 하나둘 고쳐나가고 시도해보면서 많이 바꼈지. 그러면서 이제는 그 찢어진 눈이 ‘나만의 표정’이라고 생각해서 활짝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너를 더 아껴주고 칭찬해나가면서 내면의 힘을 키웠으면 좋겠어! 그래야 다른 사람의 장점도 훨씬 잘 보이고 또 그 장점을 칭찬해주면 그 덕에 사랑을 많이 받을 수 있고 말이야.
20대는 어쩔 수 없이 힘들지만, 힘든 걸 피하면 30대 때 더 큰 위기를 겪어야 하는데, 아마 그게 지금보다 더 힘들겨.
고로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전에 썼던 글이 걔 도와주고 힘들었던 날 쓴 글이네 ㅎ 스스로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재능도 없고
언어도 못하고 성격따라 간 못난 외모까지,
그런 애를 내가 뭣하러 그 고생을 하며 도와줬을까 싶다. 어차피 인생은 갠플인데.
차라리 시녀를 한 명 구하시지 그래요 아줌마.
그렇게 언어 폭력으로 타인을 통제했던 게 몇 명한테는 먹혔던 모양인데,
아줌마. 저한텐, 그리고 독일에서는 절대 안 먹힙니다. 미국에서는 고소도 가능해요.
https://dobi-mit-berlin.tistory.com/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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