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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기술 사이/그리고서(書)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유성호 지음

by dobbie und berlin 2021.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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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마지막은 반드시 내가 종결지어야 한다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할 일이 없던 인생이었다. 어릴 때 치매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그때 막연하게 부디 제정신으로 마지막이길 바랐다. 그러다 2018년 10월에 수술을 받으며 '생'에 관하여 꽤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수술방에서 마취과 선생님이 셋을 세면 잠이 들 거라고 했는데, 내 기억은 둘에서 멈추었던 전신 마취를 경험하고 나서 죽으면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가늠했다. 꿈도 생각도 없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밤. 묘한 느낌. 

 

그때의 느낌을 되짚으며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들을 더이상 보류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생은 지금 뿐이니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며, 이번 생의 고유함을 사무치게 깨닫자 삶의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전에는 별 것 아닌 것들에 집착했다면, 그 후로는 무엇이든 소중했다. 수술을 잘 끝내주신 의사 선생님께는 물론이고(처음으로 '의사'라는 직업이 멋있게 느껴졌다) 참 작은 것에도 감사했다. 욕심에 전전긍긍하던 마음보다 그냥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졌다. 무언가 '된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 보단 무엇이든 마음을 다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삶이 되었다. 더불어 우리의 마지막은 언제일지 모르니 내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 한 번이 감사했다.

 

 

죽음이 있어 아쉬움도 남겠지만 죽음 덕분에 '내일 죽어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하루를 산다.

 


 

저자 말대로 죽음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숙고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나다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를 통해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친절하며 그 마음으로 서로를 더 사랑하면 좋겠다.

그러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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