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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기술 사이/그리고서(書)

베를린에서 사랑은. 동미

by dobbie und berlin 2021.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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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알고 지내는 분들과 저녁 식사를 하려고 나선 길에, 평소와 같이 책을 한 권 들고나갔다. 그 책은 김준 작가님의 <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 가고 있다면>이라는 에세이집이고, 예전부터 좋아하던 작가님의 책이라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어서 다시 읽던 차였다. 그 덕분에 자연스레 책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동미>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추천해준 분들이 흔쾌히 빌려주신 덕에 돌아오는 길에는 책 두 권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책 <동미>는 여행작가 이동미 님이 베를린에 머물며 시작한 사랑을 진솔하게 담은 에세이집이다. 작가님은 베를린과 어떻게 처음 연을 맺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책을 쓸 당시에는 어떤 이유로 오게 되었는지를 시작으로 베를린에서 만난 남자 '스벤'과의 사랑을 풀어나갔다. 나이대는 다르지만 작가님과는 '베를린'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고, 나 역시 베를린에서 데이팅 어플도 써본-그러나 결말은 아주 다른(눈물 좀 닦고..)- 경험이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었다.

 

- 수위를 넘나드는

남의 연애 이야기는 언제나 재밌는 것이지만, 꼭 그 재미만이 이 책을 읽은 동력은 아니었다. 작가님의 글은 무릎 정도의 높이로 차오르는 시냇물 같아서 글을 읽으면 당시의 감정에 온전히 젖어들 순 있었지만 일정한 깊이로 이어지다 보니 감정의 물살에 휘말리지 않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작가님만의 수위를 조절한 듯한 글맛 덕분에 개운한 마음으로 책을 끝냈다. 물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독자인 나는 작가님에게 일방적인 내적 친밀감이 쌓여서 마지막장에선 괜히 섭섭해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 사랑이 있을까?

30대 중반을 향하면서 사랑에 대한 환상은 날이 갈 수록 짜게 식어가던 요즘이었다. 그런 차에 '누군가를 만날 줄은 몰랐던' 여름에 누군가를 만나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작가님의 이야기는 불쏘시개가 되어서 내 마음을 푹푹 찔렀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저녁 무렵에 되짚어 보면 별 볼 일 없어 보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일상을 시간이 흐른 뒤에 바라보면 별들을 이어 만들어진 별자리처럼 하나의 의미가 되어 제 역할을 해냈다. 더 나아가 내 인생에서 '사랑'이란 별자리로 반짝일, 미지의 일상을 잠잠히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오랜만에 즐겁게 읽은 책이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이 무거운 느낌이어서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불균형이 심각했는데 이 책으로 둘 사이의 균형을 찾았다. 베를린에 방문한 적이 있거나 앞으로 베를린에 올 계획이 있다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베를린을 향한 초현실적 낭만과 기대 대신 사람 냄새 가득한 이 사랑 이야기가 베를린을 다시 떠올릴 때에, 혹은 베를린을 누릴 앞으로의 날들에 더 많이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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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미

잘 노는 여행작가와 잘 우는 독일 남자의 베를린 동거 이야기. 생각지도 못한 사랑, 꿈꿔본 적도 없는 동거, 스벤과 함께 한 베를린의 한여름. 저자 동미는 사랑을 통해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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