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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와 독일/독일 생활🇩🇪

베를린의 계절

by dobbie und berlin 2021.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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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의 흔한 풍경

 

 

독일의 계절은 한국과는 정말 다르다. 겨울이 되면 해를 보는 시간이 정말 짧아서 9시나 되어야 한국의 아침 7시 같은 느낌이 들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점심 시간만 되어도 한국의 오후 4시 같은 느낌인데, 맑은 날마저 많지 않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3월부터 서서히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다가 서머타임을 지나면 해가 지지 않을 것처럼 오래 떠있다(5월부터는 새벽 5시 일출, 저녁 9시 일몰이다). 이렇게 극단적이다 보니 서서히 변하는 한국 계절에 익숙한 사람들은 독일의 계절에 적응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그치만 그럼에도 나는 한국의 계절보다 독일의 계절, 그중에서도 해가 긴 여름이 좋다. 한국에 있을 때도 해가 짧은 겨울 보단 해가 긴 여름이 좋았는데, 만족스럽진 않았다. 하지만 독일은 3월 중순 즈음부터 해가 점점 늦게 떨어지다가 9시가 넘어서야 어두워지는 정도로 해가 길다.그 덕분에 하루가 꽉찬 느낌이어서 행복하다. 대신 겨울엔 겨울에 해가 일찍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런 여름이 있다면 괜찮다. 서울에서 살 때도 밤에 밝게 해두는 편은 아니었다. 독일 한겨울의 짙은 밤은 두툼한 이불에 덮힌 듯해서-거기다 누르스름한 조명까지 더해지면-나름의 포근함이 느껴진다. 또 겨울엔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볼 수 있는 농도 짙은 푸른빛의 시간이 있다. 진한 푸른빛이다 보니 빛이 밝아오는 새벽일지 어두워지는 밤일지 경계가 흐릿한 그 시간에 창밖을 바라보면 그만의 낭만이 있다.

 

베를린의 계절이 좋다.

올해 여름을 잘 보내고 두툼한 밤 속에서 다음 여름을 기다리고 싶다. 

 


 

 

p.s. 5월이 되면 여름 햇살을 머금은 초록빛이 공원과 길거리에 가득해서 후각은 풀냄새를,

청각은 초록빛 사이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담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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