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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와 독일/독일 생활🇩🇪

독일에서 첫 번째 집은 WG!

by dobbie und berlin 2021.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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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도착한 뒤 잠시 지냈던 임시 숙소. 왼쪽에 보이는 조명은 한 가구에 하나씩은 있는 듯하다(지금 내 옆에도 있다...)

 

 

독일에서 집 구하는 방법은 인터넷에 많이 소개가 되어 있고 나 역시 인터넷에서 알려준 방법으로 구했기에 특별히 더할 이야기는 없다. 다만 첫 번째 집은 혼자 사는 스튜디오를 구하는 것보단 WG가, 특히 한국인 WG가 경험상 더 좋았기에 처음 방을 구하시는 분들에게 장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우선 나는 타지 생활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처음은 뉴욕, 두 번째는 프라하에서 지냈고 뉴욕에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임시 숙소를 먼저 구해 입국한 뒤 집을 찾았다(프라하는 지인 집에서 지냈기 때문에 따로 집을 찾진 않았다). 어쩌다 보니 타지에서 항상 룸메이트들과 같이 지냈는데,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은 내가 한 집에 여럿이서 같이 사는 걸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예민할 것 같은 나의 인상과는 다르게 의외로(?) 내 공간이 분리만 되어 있으면 타인과의 동거를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 편이어서 매번 잘 지냈고 전에 같이 살던 룸메이트들과는 지금도 연락하며 1년에 한두 번씩 만난다. 

 

물론 지금도 아주 만족스럽고.

 

1. 월세를 비롯해 초기 정착 비용이 적게 든다.

스튜디오, 즉 한국의 원룸과 같은 곳으로 구해서 들어가게 되면, 계약에 따라 다르겠지만 방에 갖춰진 가구를 전부 준비해야 한다. 심지어 독일에선 주방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집으로 계약을 하면 주방 가구를 따로 사야 한다. 생각보다 이게 돈이 엄청 들어간다. 이케아 같은 저렴한 곳에서 산다고 해도 가구와 간단한 식기에만 백만 원은 우습게 넘어간다(안그래도 살 것도 내야 할 것도 많은데). 그런데 WG로 방을 구하게 되면 공동 구역은 이미 잘 갖춰져 있고 방 내부에도 책상이나 옷장 하나 정도는 있는 경우가 많다. 설령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전에 살던 사람이 저렴하게 넘기거나 남겨두고 가는 물건들이 있다 보니 부담이 줄어든다. 나 역시 뉴욕과 베를린 두 곳 모두 가구에 돈을 거의 안 썼다. 기본적으로 침대와 책상, 작은 옷장 정도는 다 있었고 이번에는 4단 책장 하나와 책상 옆에 둘 서랍장 하나, 스탠드 하나 정도를 산 게 전부다. 혹시나 깜박하고 못 산 물건이 있더라도 급한 건 룸메이트에게 도움이라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역시 처음 구하는 집은 WG가 좋다. 특히 요즘 같이 코로나 때문에 락다운이 되면 이케아 매장은 문을 열지 않고 픽업만 가능한데 그렇게 픽업으로 물건을 가져온다고 해도 10유로를 별도로 내야 하고 배송비 역시 비싼데 한국처럼 빠르게 오지도 않고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독일에 오면 이케아 쇼핑은 꼭 한 번쯤 하게 된다.

 

2. 에너지 낭비가 적다.

두 번째 장점은 첫 번째 장점에서 언급한 장점의 연장선상에 있다. 스튜디오를 구하면 들어가자마자 안멜둥을 해야 하고 그 후에 인터넷 설치가 가능하다. 그런데 안멜둥을 하기 위해선 시청에 테어민(예약)을 잡고 또 그 후에 등록증이 나오는 걸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나서야 인터넷 설치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 모든 과정이 한국처럼 빠르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이사 후 한 달 동안은 인터넷이 없이 지내야 한다. 그래서 주변에서 듣기로는 설치 전까지는 휴대폰 요금제를 넉넉한 걸로 구입해 핫스팟으로 지내기도 한단다. 특히 요즘은 집에서 거의 모든 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인터넷은 필수인데 WG는 이미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런 불편함은 겪지 않아도 된다. 

 

3.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여자 혼자 사는 건 위험하다. 어느 국가에서 살든 항상 불안감이 저변에 깔려있어 항상 조심하게 되는데, 베를린도 좀도둑이 많다고 한다. 특히 우범지역일수록 문단속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하고 건너건너로 집을 털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혹여나 강도가 남몰래 들어와 물건만 얌전히 훔쳐간다면 다행(?)이지만 일단 도둑이 집에 들어와 마주친다면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이제 막 타지 생활을 시작했는데, 혼자 사는 데다가 언어가 서툴다면 더욱더 도움을 요청하기 힘들뿐더러 정신적으로도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확실히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불안감이 적다. 

 

4. 룸메이트의 든든함

뉴욕에 있을 때도 그렇고 베를린에 있을 때도 그렇고 룸메이트의 존재는 항상 든든하다. 독립적인 편이라 최대한 폐를 안 끼치려고 혼자 해결하지만 그럼에도 타지에선 항상 낯선 일들이 있기에 '선배님' 격의 룸메이트들의 능숙함이 필요할 때가 있다. 뉴욕에서 만났던 룸메이트는 나중에 내 영어 발음도 챙겨줄 만큼 자상했는데(써니야 캐리야 사랑해) 그 외에도 이미 맨하탄 지리에도 나보다 훨씬 밝아 여기저기 같이 다니기도 했고 당시에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기에 먼저 자리 잡은 유학생 룸메이트들이 알려주는 정보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주변 마트에 대한 꿀팁이라든지 물건은 뭘 사는 게 좋은지 등등 실생활에서 유용한 정보를 잘 공유해주어서 편하기도 했다. 베를린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일어를 잘 못하는데 집주인이 독일인이어서 통역을 룸메이트가 대신해주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좀도둑 이야기도 지금 룸메이트가 해준 이야기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쌀이랑 비슷한 쌀은 어떤 건지, 분리수거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인터넷에서 일일이 다 챙기지 못하는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좋고 공동 구역 청소도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하다 보니 집 관리가 잘 되는 편이다. 혼자 살면 아무래도 모든 걸 내가 다 해야 하다 보니 초반에 여러모로 힘든 게 많은데 그 수고가 반으로 줄어들고, 청소에 대한 부담 역시 덜어지지만 그렇다고 청결도가 떨어지진 않기 때문에 일석이조이다.

 

5. 열쇠

독일에서 열쇠로만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에 열쇠는 아주아주아주 중요하다. 아직 경험한 건 아니지만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집에 놔두고 나와버리는 불상사를 경험하게 되면 열쇠수리공에게 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룸메이트가 있다면, 집에 놔두고 나온 경우는 룸메이트가 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 실제로 혼자 사는 지인은 열쇠를 집에다 놔두고 나와서 문 여는데 100유로가량을 썼다고 한다.

 

물론 이 장점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처음에 집을 구하면서 물어봐야 할 것들이 있다. 룸메이트들 간의 수칙이 있는지, 청결에 대한 개념이나 성향이 어떤지 이런 것들을 꼭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나는 청소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너무 깔끔한 사람은 불편하다. 사람이 살다보면 가끔은 배수구에서 머리카락 치우는 걸 까먹을 때도 있고 설거지를 좀 미룰 수 있는데 상대방이 그런 실수를 한다고 해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나도 상대방이 그런 것까지 너무 신경 쓰진 않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보다 살짝 더러운 사람과 지내면서 그 사람이 미처 정리하지 못한 걸 내가 치우는 게 마음이 편하다. 또 친구 방문이나 소음과 관련된 규칙 같은 것도 잘 살펴봐야 한다. 규칙이 많은 집이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살다 보면 명문화된 규칙이 있는 게 서로 간의 예의를 지키면서 지낼 수 있고 일관성도 있어서 좋다.

 

지금 사는 집은 집에서 지켜야 할 수칙이 불렛보드에 딱 정리되어 있다.

 

또 한가지, 외국인보다는 한국인과 같이 지내는 게 좋다. 외국에서는 한국인을 제일 조심해야 한다고도 하고 한국인 뒷통수를 치는 사기꾼이 실제로도 많지만 그래도 경험상 한국인이 제일 편한 것도 사실이다. 주변에서 외국인과 같이 지낸 이야기를 들었는데 위에 언급한 장점들이 거의 무효가 될 정도로 단점이 많기도 하고(친구를 너무 많이 데려온다던가 밤늦게까지 소음으로 잠을 못 자게 한다던가 말도 안 되는 걸로 트집을 잡는다던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호스트가 아닌 이상에야 주방에서 한국 음식을 하기가 쉽지 않다(임시 숙소에서 김치를 하루 동안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김치 냄새가 냉장고를 점령했었다). 더불어 코로나 방역 수칙은 한국인들이 가장 잘 지키기 때문에 한국인과 지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베를린에서 집 구하는 건 어렵다. 내가 지내는 방도 나 말고도 4명 정도가 집을 보러 왔었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해 방을 보기로 했으면 자기 소개도 사전에 보내야 하고 날짜를 잡은 뒤에 인터뷰도 봐야 하는 등 한국에서 집구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집 때문에 마음 고생 많이 안하고 자신과 잘 맞는 집을 찾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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