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에 음식을 제대로 못 먹고, 먹으면 먹는 대로 화장실로 가야 했던 문제 때문에 대장내시경을 하기로 했다. 전에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던 터라 바로 받을 수 있을 줄 알고 미적대다가 지난 10월에 병원에 갔다. 그러나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어서 12월이나 되어야 검사가 가능하다고 하길래 그때 예약해두고 이제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었다. 사실 받기 전까지만 해도 대장내시경을 잘 몰랐기에 글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 이번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준비를 하며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도 했고, 겸사겸사 간호사가 새벽 3시에 갑자기 불을 켜는 바람에 잠에서 깨버려 멀뚱멀뚱하게 있다가 블로그 로그인까지 했다.
- 대장내시경 준비단계
1. 식단
마취를 위한 기본적인 검진을 마치고 수면내시경을 한다면 내시경 자체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그를 위한 준비가 힘들다. 3일 전부터 식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평소 변비 같은 걸로 고생한다면 더더욱이 신경 써야 한다. 나는 3일 전까지는 평소대로 먹었다. 그리고 이틀 전부터 식단 관리를 했으나 엄마가 자꾸 옆에서 '어차피 관장될 건데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있냐'라고 유혹해서 낙지볶음밥도 먹고 죽을 먹을 때 깍두기를 좀 먹었다. * 정말 다행히 이번 검사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식단은 꼭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먹지 말라고 한 것들은 안 먹는 것이 좋다. 안 그러면 약까지 다 먹었는데도 대장 내 이물질 때문에 대장내시경 도중에 중단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3일 전 : 점심 - 샐러드 / 저녁 - 생선회
2일 전 : 점심 - 콘스프(옥수수는 안 먹음) / 저녁 - 낙지볶음밥 1/2(김 x)
1일 전 : 점심 - 소고기죽(깨/김 x) + 깍두기 몇 개 이후 금식
라누보 리퀴드밀 같은 걸 하루 전에 먹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나온 제품이긴 하지만, 맛있기도 하고(ㅋㅋ) 먹기 간편해 평소에 사진처럼 아몬드유에다가 타서 아침식사 대용으로 많이 먹었다. 식단을 신경써야 한다는 걸 잘 몰라서 이번에는 죽을 먹었지만 솔직히 쌀죽은 밍밍하고 맛이 없어서 다음에 검사할 땐 라누보를 먹을 예정.
2. 알약복용(오라팡)
엄마가 물약은 고역이라고 해서 알약으로 했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너무 힘들었다. 특히 물과 함께 먹어야 해서 나중에는 정말 물이 넘어가지도 않고 토할 것 같았다. 물 대신 포카리스웨트를 먹어도 되는 걸 알았지만, 당시에는 뭣도 모르고 약 먹는 과정의 고통을 간과한 나머지 미리 준비해두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에 또 물 1L를 먹어야 했을 때는 정말 후회했다(평소 이온음료를 좋아하지 않던 분들도 아마 이때만큼은 최애음료가 될 것). 저녁 7시에 둘코락스 2정을 먹고 오라팡 14정을 2알씩 나누어 5분 간격으로 먹었다. 1시간 동안 물 1L까지 마저 마시고 나면, 1시간 정도가 지나 대장이 드릉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는 도중에도 몇 번은 깨서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그러면 어느새 새벽 5시가 된다 ^^(못 일어날까 봐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그리고 또 오라팡 14정과 물 1L를 먹는다. 1시간이 좀 넘어도 괜찮으니 1L 이상은 꼭 마시도록 하자. (그 뒤에 먹는 가소콜은 물 없이 그대로 2포 복용) 그러면 또 대장이 온 힘을 다해 잔여물을 항문 밖으로 밀어내려고 한다. 이 과정이 5-10분 간격으로 반복된다. 이때쯤부터는 항문으로 소변을 보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그러면서 체온이 내려가고 추위를 느끼게 되므로 핫팩으로 몸을 데우는 것이 좋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이불을 두르고 있었으나 그다지 좋은 해결책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그냥 앉아있기만 할 뿐인데 항문의 힘이 빠지고...(그 뒤는 생략) 그래서 힘들더라도 두꺼운 옷을 입고 핫팩을 들고 집안을 서성이는 것이 낫다고 본다.
3. 물
나는 대장내시경만 하는 게 아니라 위 내시경도 해야 해서 가소콜을 먹은 후로는 물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전 7시까지는(검사시간은 정오) 입을 촉촉하게 해주는 정도로는 물을 마셔도 괜찮았던 것 같다(정확한 건 담당의사에게 꼭 물어볼 것). 이걸 왜 굳이 쓰냐 하면, 내시경을 진행하기 전에 소변검사를 해야 했는데 수분이 다 빠져나간 상태여서 내 방광을 쥐어짜는 게 정말 정말 힘들었고(컵의 1/3은 채웠어야 하는데 1/10 정도를 겨우 채움), 또 평소에도 혈관을 잡기 힘들고 피도 잘 안 나오는데 체내 수분이 적으니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채혈이 잘 되지 않았다(주사 구멍만 3개 냈음). 게다가 채혈 도중에 내 얼굴색이 창백해져서 간호사가 내 얼굴을 보고 공포에 떨어야 했으며 결국 다른 간호사까지 와서 채혈을 겨우 마무리했다. 일반내시경을 하는 게 아니라면 마취를 위한 혈액검사가 사전에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최소한의 수분은 보충해두었으면 채혈과정이 좀 더 순조로웠을 듯하다.
이 단계를 지나 드디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마취를 하다가 중간에 깨기도 한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준비과정에서 진이 다 빠져버린 상태여서인지 깨는 일 없이 검사를 잘 마무리했다.
** 평소 술을 자주 마시거나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마취가 잘 듣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ADHD 때문에 콘서타(각성제)를 복용하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마취에 방해될 것 같아 검사 전날, 검사 당일은 먹지 않았다.
** 마취에서 완전히 깨기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검사가 끝나고 30분이 지나면 깨서 돌아다닐 수는 있는데 비몽사몽 한 상태. 그 뒤로 입원실에서 2시간 정도 푹 자고 나서야 그나마 사람답게 다닐 수 있었다. 검사하기 전날부터 당일까지는 다른 스케줄을 잡지 않는 것을 추천하고 입원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당일 입원을 하는 게 좋다. *저혈압이면 입원을 적극 추천. 여러 검사를 받는다고 왔다 갔다 움직이는데 나중에는 저혈압 때문에 순간 어지럽기까지 했고 그 상태에서 검사 후에 곧장 집으로 갔다면 아마 집으로 가는 도중에 쓰러졌을 것 같다.
다음에 검사할 때는 꼭 포카리 스웨트를 챙겨야지... 더 괜찮은 약이 나와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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