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애보단 조금 더 편한 독일 연애

 

 

독일인과의 연애는 로봇과 하는 연애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입력값대로만 행동한다. 물론 난 이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입력만 하면 되니까.

 

 

한국에서의 연애는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대해 고심하는 시간을 별도로 요구하지만 독일의 연애는 Ja oder nein 뿐이다.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만나기 싫으면 만나지 않고. 내가 아무리 상대방을 좋아해도 상대방이 거절하면 그 의사를 존중하는 것은 타인을 배려하는 성숙함에서 나올 수 있는 행동이다. 상대방이 싫다는 데에도 자신의 욕구를 우선으로 충족하려는 태도는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한 미성숙의 행동이고. 

 

이런 미성숙의 행태는 많은 수의 한국인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주로 자신의 의사를 받아줄 때까지 스토킹 하고 연인이 된 후에는 물리적인 폭력을 가해서 상대를 굴복시키는 형태로, 여자의 경우는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표정이나 행동으로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걸 상대방이 알아채 주길 바라는 수동 공격형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행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독일에서 연애할 때 고생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독일 남자를 만나려고 하는 한국 여자들의 하소연은 대체로 자신이 상대방을 좋아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행동에 기분이 나빠도 참았는데,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챙겨주긴 커녕 눈치 없이 하하호호해서 기분이 더 상했다는 것이다. 뭐 기분 상할 수 있는 건 이해하지만, 독일의 연애에서는 남녀가 정말 동등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면 그걸 그대로 신뢰하기 때문에 '숨은 의중'을 헤아릴 이유가 없고 애초에 기분이 나빴다면 nein으로 거절을 했어야 하는 여자 잘못이 크다. 억지로 참고 싫은데도 '너를 좋아해서, 너를 사랑해서' 무언가를 했으니 이런 나의 '헌신'을 알아줘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이건 독일 여자를 만나는 한국 남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독일에서는 여자를 독립적인 사람으로 대우하지 도움을 주어야 하는 '레이디'로 대우해주지 않는다. 어느 정도로 독립적이냐 하면, 최근에 같이 길을 걷던 중에 너무 더워서 겉옷을 벗으려고 했다. 가방도 들고 있어서 손이 부족한데-한국인이라면 친분과 상관없이 들어줄까?할 법한 상황이어도-내가 '이거 좀 들어줄 수 있어?'라고 요청하지 않는 한 그냥 가던 길 간다ㅎㅎ 대신 요청하면 도와준다. 정말 사소하고 단순한 것도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라는 마인드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러니 알아차려 주길 원하지 말고, 무언가 요구할 것이 있으면 가볍게 이야기하면 된다.

 

** 선톡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선톡을 망설이는 독일 남자들이 많기 때문에 선톡해주면 좋아하고 고마워한다. 상대방이 날 좋아하는 게 '내 기준에서' 확실할 때 무언가 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게 오히려 연애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 독일남자도 사바사라 이 글을 너무 단편적으로 이해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연락은 적어도 만나면 5분에 한 번씩 스킨십 하는 사람도 있고 만나는 횟수는 적지만 전화를 자주 하는 사람도 있고 둘 다 자주 하는 사람 등등 다양하다. 하지만 한국의 '눈치 문화'를 독일인에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아무튼 이 글을 읽는 모두의 연애가 행복했으면 한다🙏🏻 그럼 이만 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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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p. 남녀 불문하고 만약 상대방이 나를 친구 이상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면 한 발 물어서라. 자신의 호감 때문에 서두르고 독촉하면서 상대방을 지치게 하지 말고 요구에 수긍하면서 시간을 두고 만나면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자신의 요구가 수용되었기 때문에 그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오히려 더 호감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나도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연인관계가 될 수 없을 거 같다는 상대방의 말에 이왕 친해진 거 그냥 친구로 지내자고 하고 가끔 맥주나 마시자고 연락했다. 그러다 하루는 그 사람이 '아직 나 너 좋아해'라고 하더라. 근데 그때쯤 되니 막상 내가 마음이 없어서.. 그래서 아무튼 우린 친구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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