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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이프☀️

각자의 발작버튼, 결핍의 결말

by dobbie und berlin 2021.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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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날 때부터 부모로 난 것이 아니기에 우리 모두는 각자의 결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결핍은 다양한 방향으로 발산된다. 이때 그 발산의 경로를 보면서 내가 어떤 결핍을 가지고 있는지 역추적하여 뿌리를 발견하고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존감이 낮아지고 육체와 정신 간의 격차가 벌어진다. 그로 인해서 그 당사자는 사회생활에서 점차 어려움을 겪고 소외당하게 된다. 

 

나 역시 결핍이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무시당하고 살았고 어머니는 그 모습을 묵인했기 때문에, 권위주의와 다양성을 탄압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최근에 모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지인이 다른 아이돌 그룹의 가치를 폄하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치켜세우는 이야기를 들을 때 불편했다. 또 나의 결핍은 나의 독일행에도 한몫했다. 다양성의 가치를 쉽게 훼손하는 한국 사회에서 나는 나의 결핍으로 인하여 피로함을 많았고 결국 독일행을 재촉했다. 그러나 결핍이 꼭 나쁜 존재는 아니다. 결핍은 적당한 물과 빛이 필요한 선인장과 같아서 외면하기보다는 시시때때로 살펴주면 어느 날은 꽃을 피우기도 한다. 날 선 결핍의 순간들을-나는 발작 버튼이 눌린다고 표현하는- 잘 관찰하고 다스리면 결핍은 강점이라는 꽃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그렇게 나의 결핍은 갤럽 강점 진단에서 '개별화'라는 강점으로 피어나서 해외 생활도, 독일어 공부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결핍의 현상들을 직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결핍을 외면하기 위해 자꾸 바깥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그 시선이 머문 곳에 걸린 타인의 결점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리도 그 비난이 인터넷-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공간에서는 너무 적나라하게 행해진다. 과연 이 비난의 연속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처음엔 자신의 결핍을 숨기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모순적이게도 결핍을 왜곡된 방법으로 채우기 위한 방법으로 번진다. 비난 속에 내 마음이 계속 머물고 있으면 당사자 딴에는 나름 합리적으로, 지성적으로 결핍을 외면할 수 있으면서도, 언쟁에서 얻는 일시의 쾌감은 마치 나의 결핍이 해결된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 마약이라고나 할까. 

 

실제 마약은 사람을 부작용과 함께 철저하게 망가뜨리기에 과감하게 끊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이처럼 심리적 마약인 무의미한 논쟁도 단번에 끊어야만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헌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엔 무너지고 고립된다. 그렇기에 결핍을 보살피지 않고 더 문드러지게 방치하는 일련의 행위가, 그걸 지켜보는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그냥 안쓰럽다.  

 


최근 서로 의견이 갈렸던 적이 두 번 있었다. 참 신기하게도 두 명의 반응이 전혀 달랐다. 한 명은 자신이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입장이었음에도 좀 더 공부해보아야 할 것 같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결핍은 둘째치고 논점에 대한 이해도 낮고 관련 지식을 더 쌓아야 하는 입장임에도-아는 단어가 '프레임' 밖에 없는지(그런데 프레임 이론에 대한 이해도 역시 낮았고) 그 단어를 남용해서 불편했다-자신이 충분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둘 다 나와는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한 명에게는 배움과 겸손의 자세를 배우고 다른 한 명에게서는 비난에 중독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 결과를 눈앞에서 보며 타산지석으로 삼게 되었다(그래도 덕분에 이 글을 완성할 수 있어 좋았다). 더 나아가 그 당시를 복기하며 나도 좀 더 나의 결핍을 섬세하게 보살펴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앞으로도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통찰력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https://youtu.be/7cfNaxDElYU 

 

이 영상을 보고 간다효님의 통찰력에 놀랐던 적이 있다. 오늘 글을 쓰다 이 영상이 떠올라서 다시 봤는데 여전히 놀랍다.

 

http://moneyman.kr/archives/2269

 

[인간관계] 부정적인 사람의 5가지 특징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moneyman.kr

머니맨님 글은 두말할 것도 없다.

 

https://brunch.co.kr/@cogito8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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