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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이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쉽고 빠른 방법

by dobbie und berlin 2021.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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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볼 때 손톱과 옷 주름을 중요하게 본다. 물론 이 두 가지만을 가지고 사람을 단번에 파악하고 결론짓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사람 중에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보기 드물다.

 

 

우선 손톱의 상태에서는 그 사람이 불안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손톱은 사람이 불안할 때 가장 빠르고 쉽게 만질 수 있는, 스킨쉽을 통하여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는 신체 부위이다. 따라서 손톱이 엉망일수록 불안을 쉽게 느끼거나 불안을 잘 다스리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손톱의 상태를 보고 정신 건강이 어떠한지 대략적으로 짐작한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불안을 잠들게 하는 신체부위가 손톱에 국한된 것은 아니며 그것만 보고 상대를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다. 예전에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사람은 어디서든 앉아 있을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발을 수시로 만졌다. 그 외에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과도한 욕설 사용과 지난 경험에 대한 반복적 언급 등-과시적인 모습을 보이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여럿이서 모였을 때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불편해하였다. 이를테면 내가 그 모임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에게 크게 공감을 하거나 칭찬을 하면 꼭 중간에 끼어들어 시선을 돌리고자 애썼다. 이와 같이 특정한 행동 하나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모든 면을 고려하여 상대의 정신 건강이 어떠한지 이해하려고 했다. 따라서 이 글의 내용만을 가지고 단순하게 타인을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두 번째는 옷 주름이다. 내가 눈여겨보는 옷 주름은 일상의 움직임에서 생겨난 주름이 아니라 불규칙하게 구깃구깃한 형태로 생긴 주름이다. 이 주름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어서, 평소 옷을 대충 던져 놓고 개인 공간을 정리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만큼 시간 관리가 꼼꼼하지 않아 옷을 챙길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이런 경우 자신의 신체에도 무신경하여 각이 잡히지 않는(몸이 잘 드러나지 않는) 티셔츠나 후드티를 즐겨 입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람들은 실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자존감이 낮거나 편집증적 증상(피해망상이나 비이성적 사고)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집 상태는 정신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집은 사람의 몸과 마음이 쉬는 최종의 공간이자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따라서 내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이라는 공간도 역시 적정 수준의 청결도와 용도에 따른 규칙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동기 부여 강연자들이 '성공하기 위해서 아침에 이불 정리를 하라'는 조언을 괜히 하는 것이 아니다). 집이 어지러우면 몸은 누워있어도 마음은 쉰다고 느끼기가 어렵다. 또한 다음 날의 루틴을 만드는 데에도-다음 날 신고 나갈 양말 한 짝을 못 찾는다던가 하는-차질이 생긴다. 집은 하루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으로 되돌아오는 곳이기에 한번 더러워지기 시작하면 몸과 마음이 그 상태 속에서 고착된다. 실제로 고독사한 분들의 집을 보면 내부가 엉망인 경우가 많다. 그분들의 집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어느 순간에 잉태된 아픔이 빨랫감과 함께 켜켜이 쌓여서는 혼자 끙끙 앓는 날이 길어졌을 것이다. 그러다 그 혼돈 가운데서 점차 정신이 잠식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 내가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함이 있다면 집을, 그중에서도 내 침실을 깔끔하게 잘 가꾸어 주어 공간에서 좋은 영향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곤도 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시리즈를 추천한다. 정리정돈을 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음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집이 깨끗해지는 걸 보면서 좀 더 의욕이 생길 수 있다. 

 

곤도 마리에는 친절한 톤으로 정리 정돈을, 더 나아가 소유의 의미를 찾아 준다.

 

나 역시 바쁠 때엔 집이 어지러워질 때가 있었다. 예전에는 공간의 중요성을 잘 몰라서 때때로 집을 방치해두면 집에서도 피곤했고 점차 부정적인 생각이 커졌다. 그러나 집 정리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나서는 바쁠 때를 위한 몇 가지 규칙을 정해두었다. 바쁘면 설거지나 빨래가 가장 먼저 밀리기 쉬운데, 설거지는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를 넘기지 않고 빨래는 주말에 꼭 돌린다. 또 물건을 웬만해서는 바닥에 두지 않는다. 이와 같은 몇 가지 규칙을 통해 공간 몸과 마음의 항상성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요즘은 1인 가구가 많고 나를 포함해 많은 수의 1인 가구가 5-6평 정도의 아주 작은 공간 안에서 많은 것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카페든 코워킹 스페이스든 집 외의 공간을 부수적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마저 코로나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전보다 쉽게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힘들고 다들 날카로워지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지쳐버린 현재의 상황이 안타깝고 하루라도 빨리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추가로, 아이가 있는 집은 집을 너무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이 썩 좋지 않다. 주방이나 거실 등 어른이 주로 쓰는 공간은 위험한 물건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아이 손을 피해 잘 정리하는 것이 맞지만 아이의 놀이 공간은 노는 시간이 완전히 끝난 뒤에 적당히 치우는 것이 좋다. 어른의 시선으로 완벽하게 정리하는 것은 규칙성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아이에게 어렵게 느껴진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아이의 공간을 정리하기보다는 정돈하는 법을 천천히 알려주어 자기 공간에 대한 이해와 함께 독립심을 길러주고 세상의 규율에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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