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밤편지🌰

y에게

by dobbie und berlin 2021. 4. 20.
반응형

나의 첫 대학 친구. 우리가 벌써 알고 지낸 지 14년이다. 내 대학 생활에서 널 지우면 남는 게 없을 것 같다.

 

나는 널 생각하면 항상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 너처럼 정말 멋있는 사람이 내 친구라는 게 참 감사하다. 그리고 내가 너랑 동문이어서 자랑스러워. 14년 내내 너의 디자인 셀렉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에서 으뜸이다. 볼 때마다 '와 역시 눈이 다르구나' 했다. 이건 진짜 거짓하나 없는 내 생각. 같이 미술관도, 디자이너 강연도 가고, 타이포 스터디도 같이 하고, 데미안 허스트로 같이 과제도 하고. 옆에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마음도 따듯하지. 사실 내가 너 만날 때마다 이야기하지만 너 아니었음 나 절대 졸업 못했다. 학교 가기 싫어서 자퇴니 뭐니 할 때도 네가 나 엄청 달래서 기어서 졸업했지. 너는 나 같은 친구 둬서 고생만 한 것 같아.

 

학교를 졸업한 뒤엔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만날 때마다 깊어지는 네 생각에 나 역시 깊이를 더하게 돼. 네가 인스타그램에 책 추천하면 나도 곧장 사서 읽곤 하잖아. 가끔은 내가 읽은 책이 올라오면 멋진 사람이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것 같아 역시 기분 좋더라. 날이 가면 갈수록 외적으로, 내적으로 멋있는 내 친구. 

 

내가 사람도 잘 모르고 부족했던 때에 널 만나다 보니 가끔은 오해사게끔 말하고 상처 준 것들이 있었던 게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서 또 미안해.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너무 늦게 배운 것 같아. 그치만 앞으로 우리에겐 또 많은 시간이 있을 테니까, 해가 갈수록 더 나아졌던 것처럼 앞으로도 더 나은 친구가 되도록 할게. 그리고 네가 어떤 걸 하든 항상 응원하고 있을게.

 

사랑해 :) 

 

 

728x90

'에세이 > 밤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디 잘 지내고 계세요  (0) 2021.06.26
큰어머니  (0) 2021.06.09
B에게  (0) 2021.04.26
H에게  (0) 2021.04.15
E에게  (0) 2021.04.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