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언니에게 재혼황후 만화책을 빌렸던 걸 계속 까먹고 있다가 돌려주려고 이틀 전부터 읽었다. 큰 기대는 없었고 유명하대서 읽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캐릭터들의 심리가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들은 입체적으로 그려져서 흐름이 지루하진 않았다. 댓글들 중에서는 그림체가 안 예쁘다는 사람도 보였지만, 내 기준에서는 괜찮다고 느껴졌다. 꽃을 좋아해서 꽃 표현이 많은 것도 좋았다. 다만 대부분의 웹소설이 그러하듯 허술한 설정이 너무 많았다. 특히 내가 작년에 읽었던 웹툰이 <낮에 뜨는 달>이라 그런지 <재혼황후>가 좀 더 어설프게 느껴진 것 같다.
그중에서도 제일 어색한 것은 지명과 이름. 판타지 로맨스니까 정말 많은 것이 그야말로 짬뽕인 상태여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지명과 이름은 반복적으로 나오니까 좀 힘들었다. 어떤 이름은 프랑스어에서, 어떤 이름은 독일어에서, 또 어떤 이름은 아랍어에서 온 것 같은... 출신지가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이름을 가진 것도 아니고 같은 국적을 가졌는데 다른 언어권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까 읽기가 힘들었다. 나비가 나오는 장면에서 나비에 황후를 연상해 버리는 것도 ㅠㅠ 지명도 그냥 구글지도에서 유럽 좀 둘러보면서 한두 글자 바꿔서 쓰면 좋을 걸 무작위 글자들을 연이어 붙인 게 많아서 잘 읽히지가 않았다.
어쨌든 과몰입할 것 없이 지하철 기다리면서 읽기 딱 좋은 정도인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재밌다고 생각한 건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서는 결혼 제도에 대해 비판적이면서 웹소설이나 웹툰으로는 그렇게 결혼을 찾는다는 것. ㅎㅎ 네이버 시리즈 가서 다른 웹소설 제목을 보는데 '언체인지 메리지', '부부의 정', '내 남편의 애인을 위하여', '허락된 아내', '특급 계약 결혼의 말로' 이런 결혼이 들어간 제목이 엄청 많이 보인다. 더 나아가 저 웹소설, 웹툰의 내용을 보면 10대 때나 읽었던 로맨스 만화의 설정(ex.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가 여자 주인공만 바라본다)과 거의 비슷한 걸 보면,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사람에게 내재된 욕망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뀔 수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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