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2주 정도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쓰던 주방세제가 바로 팜올리브 제품. 그래서 팜올리브 주방세제향을 맡으면 뉴욕이 떠오른다. 내 주방이 아닌 곳에서 거창한 한식은 해 먹을 수 없는 데다가 첫 해외 생활이라 해외에서 끼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몰라서 토스트기에 구운 식빵에 딸기잼을 발라 먹는 걸로 배를 채우는 일이 잦았다. 그 어설픈 밥을 다 먹고 나선 팜올리브 세제로 설거지를 했다. 거품 사이로 올라오는 세제향을 맡으며 향이 참 이색적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같았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테지만, 아마 내가 뉴욕에 있었기 때문에 더 독특하게 다가왔던 듯하다. 그렇게 참 별것 아닌 주방세제에서 나는 향이 뉴욕의 첫인상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뉴욕에 첫 발을 내디뎠던 때가 무려 14년 전이다. 그때는 내가 나이가 들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도 없던, 참 어린 때였다. 나는 20대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별로 하진 않지만, 뉴욕에 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냐고 하면 그건 그렇다고 할 것 같다. 어리숙하고 영어도 못하고 커튼이 벽을 대신했던 거실방에서 살던 시절이지만, 동갑내기 룸메이트 넷이서 모여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수다나 떨고 지냈던 그때가 참 좋았다.
뉴욕을 떠난 후로는 다시 맡을 수 없을 줄 알았던 향이었는데, 독일에서 지내다가 우연히 슈퍼마켓에서 본 후로는 종종 구입해서 쓴다. 그러면 설거지하는 동안 뉴욕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부디 이 세제만큼은 평생 단종되지 않고 쭉 판매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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