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받은 지 한 달. 효과는 떨어진 상황이지만 약도 꾸준히 먹으며 지낸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의심은 어쩔 수 없고 가끔 '내가 오진 받은 것은 아닐까?'란 생각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틀렸다는 걸 알았다.
충동적으로 파리 여행을 결정하고(앞으론 없을 예정) 오늘 출발을 했다. 짐을 다 싸고 집 밖에 나와서 카카오 뱅크 카드를 놔두고 왔다는 사실이 기억나 부랴부랴 다시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가져가려고 보니 카카오 뱅크 카드를 어디다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10여 분 동안 가방이란 가방은 다 열어보다가 겨우 찾아서 다시 집을 나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완벽히 다 잘 챙긴 줄 알았지. 그리고 늦는 기차를 기다리다 인스타그램을 켰는데, 아뿔싸.. 전달해주기로 부탁받은 달력을 두고 나온 것을 알았다.. 라인을 갈아타기 전에만 알았어도 집에 다시 돌아갈 여유는 있었는데..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
그리고 공항 검색대에서도 에어태그를 따로 빼서 검사 박스에 넣었다가 그대로 잃어버렸다. 지금 확인해보니 터키에 있다.. 도난당한듯 ^^;(그거 왜 가져갔을까.. 내 이름 각인도 되어 있는 데다가 내가 찾는다고 계속 알람 울려서 모를리가 없었을텐데 ^^.. 거지가 따로 없네)
게다가 지하철표도 잃어버렸다.. 3연타.. 정말 다행인 건 검표원이 확인한 뒤였다. 그래서 한 10분 내내 지하철역을 서성이다가 인포메이션을 호출하는 버튼을 찾아서 사정을 설명했고, 다행히 B 트레인이 정차하는 역이라 그런지 역무원이 믿어주었다(호출 알람이 너무 우렁차서 안내원이 응답할 때까지 부끄러움은 나의 몫). 그리고 환승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도 4번 라인과 7번 라인의 색깔이 비슷해 7번을 4번으로 이해하고 4번 정류장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7번으로 돌아왔다..
이것으로 ADHD이 아닐 수도 있다는 오진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7번 정류장으로 터벅터벅 걸으며, ADHD임에도 아니라는 진단의 오진은 가능할지언정(조용한 ADHD인 경우) 아닌데 ADHD 진단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당연히 여행길에서 헤맬 수 있지만, 파리 여행이 처음도 아닐 뿐더러 유럽생활만 2년 째인데 이런다는 건 '여행'이라는 상황이 주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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