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파리에 살아서 친구 얼굴도 볼 겸 해서 파리 여행을 갔다(드디어 책상 앞을 벗어나 몸도 마음도 가볍게, 여행다운 여행을 했다). 사실 별생각 없이 간 여행이어서 스냅사진 촬영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었다가 파리에 도착한 후로 사진 한 장 안 남기고 가면 아쉬울 것 같아서 부랴부랴 예약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파리 스냅' 태그가 걸린 게시물들을 쭉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찾고 작가님 계정을 봤더니 팔로워가 만 명이 넘어서(보통 팔로워가 1만이 넘어가는 사진작가님들은 예약 일정이 2-3달씩 꽉 차있다) 예약이 불가능하겠다고 가늠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카카오톡 채널로 연락드렸다. 정말 다행히도 딱 하루 오전이 비어 있었고, 또 더 다행히(?) 난 파리에서 무엇을 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
화요일 오전 7시에 촬영이 잡히자마자 파리에 어울릴만한 원피스를 앤아더스토리에서 급하게 구입하고 구두는 친구에게 빌렸다.
화요일 당일 오전. 내가 여행하던 일주일 내내 파리의 날씨는 화창하였으나 하필 내가 촬영하는 그날만 유독 구름이 많고 추웠다(웃고 있으나 사실 추웠음). 게다가 바람도 많이 불어 내 앞머리도 같이 나풀거렸고 원피스는 원피스대로 말썽이어서 촬영할 때 더 애를 먹었다. 작가님이 해가 나지 않는 걸 너무 아쉬워했지만 난 대만족 ^^
얼핏 생각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지만 혼자 가는 여행에선 사진을 남기기가 여간 쉽지도 않고 2시간 촬영에 원본이 1000장 가량, 보정본이 30장 나온다는 걸 감안하면 돈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특히 파리는 유럽 도시들의 도시라고 해야 하나.. 미국인들을 포함해 유럽 대륙에 있는 온 유럽인이 다 파리로 여행 오는 것 같다. 마고 카페에 앉아있는데 내 왼쪽엔 독일인들이 앉아있고 오른쪽엔 한국인들이 앉아있었다 ㅎㅎ 그만큼 예쁘고 유럽 고전과 현대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도시여서 커플이든, 개인이든 스냅사진 촬영을 꼭 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파리 스냅 사진 꿀팁
1. 파리는 무조건 하늘거리는 원피스다. 커플이라면 남자는 수트 느낌으로(프랑스 남자들은 독일 남자들과 달리 옷을 잘 입는다. 검색해보고 파리지앵 느낌의 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색깔이 쨍쨍하면 더 좋고. 내 피부가 어두운 편이라 흰 원피스가 잘 어울리려나 걱정도 했고 무늬가 너무 많아서 튀면 어쩌지 했는데 짙은 무늬가 아니어서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칙칙한 날씨가 꽃무늬로 상쇄되었다. 구두는 5센티미터 이내의 굽이 적당한 것 같다. 2시간 내내 유럽의 돌바닥 위를 걸어 다녀야 하기 때문에 높은 굽의 신발은 빠른 체력 소진을 유발한다. 게다가 평소 높은 굽을 신던 사람이 아니라면 걷는 포즈를 할 때 걸음걸이 자체가 어색함 때문에 예쁘게 안 나올 수 있다.
+ 저 촬영 뒤에 발이 너무 아파서 거의 3시간 동안 집에서 뻗어 있었다.
2. 머리는 단정하게.
특히 바람이 많이 분다면, 머리는 묶는 게 좋다. 앞머리도 없는 게 좋다. 긴 머리를 고수한다면 미리 스프레이로 고정을 해주는 게 좋다. 거의 모든 촬영에서 머리는 본인의 생각보다 200배는 부시시하게 나오며 머리 보정은 한계가 있어서 최대한 촬영 때부터 멀쩡해야 한다. 접이식 미니 빗을 꼭 챙겨갈 것
3. 카메라를 어려워하지 말자.
일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카메라 렌즈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연예인이나 관련 종사자가 아닌 이상 카메라 앞에 설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카메라 렌즈를 보면 얼기 쉽다. 하지만 결과물만을 생각하며 활짝 웃자. 보통 턱을 자신도 모르게 들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촬영 할 때 살짝 신경 써서 당겨주는 것도 팁 중 하나. 어느 쪽 얼굴이 더 나은지,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어떻게 걸어야 예쁘게 나올지 등등 미리 구상해두도록 하고 작가님에게 능동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알려주면 더 좋다. 유튜브에 사진 잘 나오는 포즈에 대한 영상들이 많으니 참고해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 나는 한창 시험 준비만 하다 바로 간 여행이라 그런지 라운드 숄더에 거북목이 있어서 좀 아쉬웠다. 이제부터 요가를 하면서 다시 몸을 바로 세워야겠다.
4. 작가님과의 소통
이것 저것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게 좋다. 이전 스냅 촬영본이 있다면 미리 보여줘도 좋고, 작가님들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캡처해서 보여 주는 것도 좋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내 왼쪽 얼굴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던지 하는 구체적인 요구사항 있으면 더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특히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표정이나 포즈에 자연스러움이 더해진다. 촬영 중간중간 파리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다.
5. 얼굴 붓기 빼두기
단수까진 아니어도 촬영 전날에는 6시 이후로는 금식, 물도 100ml 내외로 조금 조금씩만 먹는 게 좋다. 나도 조금만 마신다고 마셨는데 아침이라 어쩔 수 없이 좀 붓긴 했다.
내가 스냅을 의뢰한 곳은 루미에르스냅이었다. 작가님 포트폴리오는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instagram.com/youn_cha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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