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멋모르고 북미서버로 가입해서 봇전과 일반만 간간히 하다가, 친구들이랑 같이 하고 싶어서 과금해서 유럽서버로 이전했고 최근에 첫 배치고사를 드디어 끝냈다.
두 달 전쯤에 5판 중 첫판을 골드 티어인 지인과 하고 난 뒤로는 무서워서 안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개인 수업으로 배우면서 일반게임만 했다. 솔랭까지는 굳이 안 해도 된다는 주변의 이야기와 아직은 일반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선생님의 의견에 따라 안 하고 있었고 다음 시즌에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단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솔랭해도 될 것 같다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의지가 불타올라서 4판은 혼자서 했다. 그리고 다행히 생각보다 좋은 티어로 배치를 받게 되었다.
한국 서버에서도 해보고 유럽서버에서도 해보니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1. 우선 한국 서버에서는 유저들이 채팅을 정말 많이 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한국은 한국 서버가 따로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중국인 유저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이 같은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채팅을 친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공통 언어가 있는 지역의 서버들은 채팅을 많이 치는 것 같다. 처음에 가입했던 북미서버에서도 일반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채팅을 많이 치는 걸 봤다. 하지만 유럽서버는 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유저들이 모여있어서 채팅을 영어로 해야 한다. 그래서 'can I mid?'와 같은 짧은 영어가 대부분이고 인게임에서는 대체로 묵묵히 핑만 찍는다. 그 덕에 유럽 서버는 매우 평화롭다. 물론 간혹 유럽에서도 엄마 찾는 유저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본 적이 없다. 대신 핑을 정말 미친 듯이 찍는 정글러들이 보인다(헣허 와드 박으러 갈 거니까 핑 그만해).
2. 챔피언 선택 스타일도 좀 다른 듯하다. 한국에선 블리츠 크랭크가 꽤 티어가 높은 서폿챔이다. 하지만 유럽 서버에서는 10위권 밖에 밀려있다. 이런 스타일 차이를 몰라서 처음에는 한국에서 배운 대로 블리츠 밴을 많이 했는데, 유럽에선 그게 밴 낭비가 되는 것 같다. 차라리 다른 걸 금지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5월 9일자 한국/유럽 서폿챔 랭킹(op.gg)
지금 보니 유럽서버엔 유미가 21위에 있다. 아무래도 유미로는 능동적으로 플레이하기 힘드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인의 입맛에는 영 시원찮아서 픽률이 떨어지는 것 같다.
3. 한국서버가 전반적으로 수준이 좀 더 높은 것 같다. 고인물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는 듯하지만 대체로 팀원들에게 거는 최소한의 기대치는 충족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던지려고 하는 게 아닌 이상 자신이 잘하고, 게임에서 유리한 픽 위주로 선택을 하고 일반에서도 나름의 운영이 있는 반면, 유럽은...
지금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 솔랭은 아니고 일반에서, 정글이 먹자고도 안 했는데 대뜸 드래곤을 먹자고 해서 도와준 적이 있다. 근데 웃긴 건 그러다가 원딜이 사망했다...ㅎㅎㅎㅎ;;;;; 룰루인 내가 e도 몇 번을 걸어줬는데 옆에 있는 꿀열매를 먹을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무지성으로 드래곤을 치더니 죽었다... 용 치러 갈 때 유기해 버릴까 고민하다가, 차마 그럴 수가 없어서 따라갔더니 결국 사망엔딩. 진짜 왜 그래요?
우리 팀 정글이 아무무(한국 25위, 유럽 14위) 같은 걸 진심으로 고르는 걸 보면 서폿 입장에선 솔직히 망했다는 생각이 든다.. 초반 갱에 강한 것도 아니고 리쉬도 해줘야 하고,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혹시나 아무무 장인이 아닐까 하는 작은 기대로 전적을 찾아보면 그런 경우는 거의 없고 그저 재미로 ^^ㅋ 하는 경우가 99%... 진짜 나한테 왜 그래요?
그래서 어쩌다 유럽서버에서 보이는 한글 닉네임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상대팀에 있다면 내가 곧 쳐발릴 운명에 처해진 것이지만 같은 팀일 땐 너무 든든한 한국인들 ㅎㅎ.
롤을 보기만 하다가 플레이를 시작한지 3달 차. 일반 게임도 무서워서 봇전만 하던 내가 어느새 배치고사까지 잘 마무리했다. 롤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나는 뭐든 배우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 것. 승패 자체보다는 피드백받고 더 나은 플레이를 하는 게 재미있다. 공부야 당연히 배우면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성취욕이 크다는 걸 잘 못 느꼈는데, 이런 게임을 할 때마저도 전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성취욕도 크고, 그게 참 나다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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