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옵 2라운드에서 젠지가 딮기를 선택한 이유. 티한전 3:0이라니 ㅠㅠ

 

시즌 2라운드에서 젠지가 딮기를 상대로 승리하긴 했어도 딮기가 그래도 다른 팀보다 젠지를 잘 상대하는 팀인데, 딮기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좀 의아했다. 분명 5꽉 예상해야 할 힘든 싸움인데.. 그러나 플옵 구조를 다시 생각해 보면 젠지가 매를 먼저 맞기로 한 것 같았다.

 

젠지 입장에서 한화와 티원은 상대하기가 좀 더 수월하니까, 이겨도 져도 상관없지만 딮기는 두 팀에 비해 상대하기가 힘드니 코인이 있을 때 하는 게 나았을 거다. 게다가 딮기가 젠지 상대로는 꽤 경기력이 좋은데, 이상하게 한화와 티원한테는 상대적으로 약하니, 이기면 이기는 대로 좋고, 져도 지는 대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된 것 같다. 만약에 딮기가 아닌 다른 팀과 경기를 하고 3라운드에서 딮기를 만난다면 그때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듯. 

 

거기다 2라운드에서 딮기의 경기력과 스타일을 파악하면 다음 라운드까지 보완할 시간도 벌 수 있고. 젠지가 플옵 시스템을 잘 활용해서 매치부터 전략을 잘 짜는 듯하다.

 

젠지 vs 딮기는 정배로 3:2 예상했는데 그대로 갔다. 그렇지만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준 딮기가-내 1년 치 도파민을 뽑아버린 미친 플레이-이번 패배에 그다지 작아질 필요는 없어 보이는 듯. 

 

---

 

오늘 티한전은 그래도 3:2 티원 승리로 예측했지만 틀렸다. 2라운드 때 티원을 상대로 한화가 이기긴 했지만 한화의 경기력에 대한 확신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경기 보면서 어째 1세트부터 조짐이 안 좋더니 그대로 졌다. 특히 3세트에서 제우스가 렉사이를 선택한 순간, 오늘은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제우스 선수가 렉사이를 잘했으면 이미 1세트에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렉사이는 파일럿 역량을 많이 타는 챔피언 같은데-두두선수는 렉사이로 활약을 못했지만 킹겐 선수는 '렉사이 조련법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듯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음-제우스 선수는 타 챔피언들에 비해 숙련도가 높지 않아서 첫 픽으로 꺼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3세트의 렉사이 픽에서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그대로 패배. 솔직히 한 세트 정도는 티원이 가져갔어야 좀 더 긴장감이 느껴지고 재밌었을 텐데, 3대떡으로 무미건조하게 끝나버리니 승패를 떠나 재미도 없었다.

 

내 생각으로는 티원은 같은 팀원으로 오랜 시간 같이 하면서 스타일이 정형화되어 있는 데다가 티원의 전략이 타 팀에 비해 훨씬 노출이 많이 되어 있어서 그게 약점으로 작용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디도스의 영향인 듯한데, 시즌 2라운드에서 티원의 경기력이 뭔가.. '시험범위를 잘못 알고 준비한 학생의 시험'같은 느낌..? 그냥 단순히 못하는 게 아니라 몰라서 당황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

 

딮기와 티원 경기에서는 티원이 이길 것 같긴 하다. 케리아도 쇼메이커도 LEC나 LPL 경기 스타일을 평소에 많이 보고 경기에서 활용하려는 게 있는데, 티원은 그게 팀 전반에서 공유가 되는 듯하고 딮기는 그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팀원마다 편차가 좀 있어서 이렇게 예상해 본다. 그러나 감코진의 연구력이 상당하고 루시드가 엄청난 피지컬에 뇌지컬을 보여주고 있어서, 5꽉은 갈 듯. 솔직히 예상이 어렵고 딮기가 티원을 이겨버리는 업셋이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그리고 그 업셋에 젠지도 놀라버릴 듯.

 

반면 젠지와 한화가 쉽게 3:1 정도의 스코어로 젠지가 이길 것 같다. 한화가 팀원 전반이 골고루 잘하긴 하지만, 악재가 닥치면 상대적으로 잘 무너지는 반면, 젠지는 바텀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우당탕탕하는 상황에서도 통나무를 다 들어버리는 무적의 쵸비가 있기 때문에 ㅎㅎ.

 

---

솔직히 누가 이기든 상관없다. 마인드셋이 아무래도 제오페구케는 이미 작년에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룬 셈이니 상대적으로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그냥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1등을 한번 찍먹 해보는 것보다 1등을 유지하는 게 훨씬 힘들다. 그래서 경각심을 일으킬만한 이벤트를  국제전 전에 겪는 것이 낫다). 여러 팀들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티원을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은 무관인 사람들이 있는 팀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에서 딮기가 승리의 드라마를 쓰는 게 제일 멋있을 것 같긴 하다(물론 기인이 무관이 돼버리는 건 좀 아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