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룸메이트에게 신발을 복도쪽으로 던져두고 가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다. 집이 넓으면 아마 거슬릴 것도 아니겠지만 복도가 한 사람만 지나갈 정도로 좁기 때문에 서로의 배려가 필수적인 구역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데 자긴 편하게 지내고 싶다며, 바빠서 그런 것까지는 이해해달라고, '완벽'할 수 없다고 대답하니 답답했다. 애초에 난 한 두 번의 일로는 말을 하지 않고, 신발 정리를 신경을 안 쓰는 상대방의 입장에선 그게 처음 있는 일이고 자신이 지적당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사실은 여태까지 내가 벽으로 밀어 넣었는데도 그걸 몰라서 그러는 듯하여 일주일이 지나서야 이야기를 한 건데).
애석하게도 신발 정리는 완벽을 거론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다. 기본 중의 기본으로 가정교육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 중 하나다. 그런 기본적인 일을, 서른이 다 된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게 싫고 기본인 줄도 모르고 수용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대답이나 들어야 하는 내 현실이 싫다. 더 나아가 그런 수준의 못 배운 사람이 내 지인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눈에는 초록동색으로 여겨지게 될 것도 싫다.
자기 말대로 타인과 함께 살기 때문에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개인공간에서 큰 소리로 전화 통화나 회의를 하는 것까진 따로 이야기하진 않았는데, 그것까지 이야기 했으면 싸웠을지도 모르겠다. 어제 일을 기점으로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차라리 일찍 알게 되어 다행이다. 어제 똑같이 인터뷰를 보고 그중에서 데려왔어야 한다는 후회가 가득했는데 그 후회에서 머물지 말고 앞으로는 그냥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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