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밤편지🌰
큰어머니
dobbie und berlin
2021. 6. 9. 03:22
반응형
큰어머니, 잘 계시지요? 이제 안부를 여쭤볼 수는 없지만, 항상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어려서는 이별이란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언제든 뵐 수 있다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만남에는 끝이 있다는 걸, 그 뒤엔 추억만 곱씹어야 한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요.
수능날 어머니 대신 챙겨주신 전복죽을 저는 잊지 못해요. 명절 때 어린 제가 컵이 필요하다고 하면, 살림에 너무 익숙해진 큰어머니의 손이 뚝딱 끝내버리는 설거지도 잊지 못해요. 삶에 치여서 항상 어깨를 넘지 못했던 그 단발머리도 잊지 못해요. 엄마가 아플 때 엄마를 대신해서 저와 동생을 돌봐주신 날들도 잊지 못해요.
뵙지 못하고 지낸지 10년이 넘은 것 같아요. 이제 볼 수 없겠지만은, 어느 날 길에서라도 마주친다면 기억 속 모습과는 너무 달라져버렸을 큰어머니를 보고 왈칵 눈물이 터져버릴 것 같아요. 어디서든 꼭 잘 지내 주세요. 제가 바라는 것은 그것 뿐입니다.
참 감사합니다. 참 사랑합니다. 꼭 안녕히 계세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