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집을 구할 때 꿀팁
이번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원래 지내던 곳을 내놓게 되었다. 내가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세입자를 직접 찾아야 했는데, 사람을 찾는 입장에서 느낀 게 '자기소개가 정말 중요하구나'였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내가 왜 이 집에 들어오려고 하는지,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 얼마나 오래 살 계획인지 등을 자세히 쓰는 게 엄청 유리하다. 이번에 집을 내놓는다는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총 10명 정도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중 3명은 조건이 맞지 않아서 제외했고 나머지 7명의 자기소개를 정리해서 집주인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3명에게 집주인이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답장을 했다. 3명의 공통점을 보니 내가 위에서 언급했던 요소들이 명확했다. 나머지는 자기소개가 구체적이지 않았거나, 뷰잉 약속이 있는 당일에 내가 주소를 알려주면서 선톡을 하니 그때서야 답장으로 뷰잉 약속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분에게 집을 세주기로 했다고 전했을 때 답장도 하지 않고 방을 나가버리는 식이었다(자기소개도 성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 사람이 4개월째 방을 못 구했는지 알 것 같았다).
독일에선 집을 구할 때 한국과 달리 면접을 봐야 하다 보니 좌절감도 많이 느낄 거고, 내가 다음 세입자가 되지 못했다는 것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는 예의를 갖추는 게 서로에게 좋다. 처음 연락했던 집과는 인연이 아니었다고 해도, 어쩌다 정말 우연히 다른 집과의 인연을 맺는 데에 이전의 태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세입자뿐만 아니라 집주인도 마찬가지다. 악덕 집주인들 역시 사람들 사이에서 이름이 거론되기 마련이다). 나 역시 일처리를 대충 해버려도 그만일 수 있지만, 지인을 통해서 구한 집이고 또 2년 가까이 서로 얼굴 한 번 붉힐 일 없이 잘 지낸 사이의 끝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에 세입자 모집 글도 직접 꼼꼼하게 작성하고 자기소개서를 전부 정리해서 보내드렸고, 예비 세입자 분들에게도 대답할 수 있는 한 궁금한 점을 다 말씀드리고 챙겼다. 지금 당장은 조금 귀찮을 수 있지만, 그게 다 복이 되어서 돌아온다는 걸 독일 생활 4년 차쯤에서 깨닫게 되었다.
독일에서 집을 구하고 계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좋은 집과 인연이 닿았으면 좋겠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