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하루쓰기🍁

2022.09.16 글을 쓰는 건 참 어렵다.

dobbie und berlin 2022. 9. 1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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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겠다고 다짐한 글감은 메마르지 않지만 결국 단정한 글로 나오는 건 몇 개 되지 않는다. 어느 날은 문장이 스스럼없이 제 갈길을 가버리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아무리 보채도 꿈적하지 않는다. 나에게 글쓰기는 업이 아닌 취미임에도 참 어렵다. 보통 취미를 '즐긴다'라고 표현하지만 글쓰기와 즐긴다는 말은 호응이 되지 않을 만큼 고통이 수반된다.

 

최근에는 나는 왜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운지, 자꾸만 미루게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산재된 생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 어렵다.

글감이 주어지면 연상되는 생각들이 산발적으로 튀어오른다. 횟집에서 막 건져진 활어처럼 얼마나 퍼덕대는지 이 원초의 생각들을 얌전히 도마와 같은 키보드로 옮기는 과정이 아직은 어렵다. 키보드로 겨우 옮긴 후에도 핵심과 곁가지를 잘 구분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면, 또 모든 게 필요할 것만 같은 내 욕심과 계속 싸워야 한다. 버리면 버릴수록 글이 더 좋아진다는 걸 알면서도, 또 버리지 못하니 나는 아직 참 어리다.

 

2. 정리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 이때, 단어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다. 

1단계의 과정이 끝나면 내 생각을 잘 담을 수 있는 단어들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 역시 어렵다. 내 생각을 잘 담는 단어들을 골라서 사용했을 때, 읽는 사람 역시 잘 읽을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게다가 비슷한 문장 구조에 갇혀 있다고 느낄 때, 나의 한계를 마주하게 되고 또 내 독서량이 드러나게 되는 듯하여 회피하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3. 전반적인 글의 구조를 잡기 어렵다.

글쓰기는 끝까지 정신을 붙잡아야 한다. 하나의 호흡으로 끝까지 해안에 도착하는 파도처럼 서론-본론-결론은 자연스레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가끔 글을 중간까지 쓰다가도 길을 잃어 '내가 뭘 말하고 싶은 거지?'하고 자문하다가 결국 '임시저장'에 넣어버린다.

 

 

이 세가지의 어려움으로 인해 글은 참 어렵다. 게다가 시험을 준비하는 요즘에는 어쩔 수 없이 강제로 글을 써야 해서, 휴식시간에는 더 이상 생각이란 걸 하고 싶지 않고 그로 인해 글과 나 사이의 거리는 전보다 더 멀어졌다. 그래도 글쓰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포기해버리면 내 문장력은 여기서 끝일텐데, 그러면 남은 인생에서 얻는 깨달음을 표현하는 수준도 서른둘에 멈춰버리게 될 것 같다. 10년, 20년 시간이 흐를수록 풍성한 맛을 내는 와인처럼 나의 감상도, 그 감상을 풀어낸 글도 풍성하게 익었으면 한다. 그 바람을 위해서 글과 나의 사투가 여전하다 하더라도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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