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김가람은 안되는 걸까 - 하이브와 쏘스뮤직의 잘못된 전략
최근에 데뷔한 걸그룹 르세라핌은 신곡 'Fearless'보다 학폭 전력이 있는 멤버 김가람과 관련해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대중은 김가람을 거부하지만 소속사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한다. 과연 소속사의 결정은 옳은 걸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NO다. 익명의 폭로로 시작되고 쌍방의 입장차가 있는 학폭 논란과 달리 김가람의 경우는 실제 증거가 존재한다. 그리고 김가람과 같은 학교를 다닌 동창들의 폭로는 '학폭 5호'의 생생함을 더해줄 뿐으로 이 논란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진 않는다. 그런데도 소속사는 초반부터 너무 잘못된 대응을 했다. 그런 잘못된 대응의 원인을 찾아본다면, 우선은 의도적으로 김가람이 이 사실을 소속사에게 처음부터 숨기고 논란이 일어난 후에도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않았거나, 소속사가 이미 알았다고 해도 그룹 전체의 이미지와 마케팅, 해외 팬들의 성향 차를 통해서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오판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 하이브와 쏘스뮤직의 결정은 '오판'이다. 이번만큼은 이겨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왜?
1. 브랜딩은 향기와 같다.
사람에게서 나는 향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해주는 것처럼, 특정인의 연관 키워드는 그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향기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을 한다면 대중에게 각인시킬 자신의 향기, 즉 키워드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학폭'이라는 악취의 키워드가 특정 멤버에게 붙어버리면 개인의 이미지를 망치는 것에만 끝나지 않고 그 개인이 속한 그룹에게도 악취를 풍기게 한다. 따로 분리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게 매체에서는 '김가람'이라는 이름 앞에 항상 그룹명인 '르세라핌'을 붙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음악 활동뿐만 아니라 광고 모델과도 같은 수익적인 면에서도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 자명하다. 한 예로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몇 년 전의 갑질 논란 일어난 이후로 개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갑질 논란이 일어나기 전에 그룹의 이미지가 완성되어 있었고 멤버 개개인의 이미지도 대중에게 각인이 되어 있던 상황이라 그룹 전체로의 타격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르세라핌은 이제 막 첫 발을 내딘 신인이기에 이 역경을 이겨나갈 수 있는 브랜드 파워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빌려와 광고를 진행하는 브랜드의 입장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김가람을, 르세라핌을 선뜻 광고모델로 발탁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판단할 것이고 이로 인해 르세라핌 역시 브랜드 가치가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2. 김가람 개인의 역량
신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아직은 눈여겨볼만한 특징이 없다. 음색이 좋다거나 가창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170cm가 넘어가면 체형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다른 멤버들과 함께 있으면 유독 덩치가 있는 느낌이다. 그룹은 멤버 개인들의 매력이 골고루 섞여야 하나의 큰 브랜드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데, 김가람은 그런 시각적인 면에서 이질감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사람들이 5인의 안무가 깔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본다.
3. 해외 팬들도 기준이 없는 건 아니다.
해외 팬들은 학폭 논란에 대해서 그렇게 민감하지 않다고 하지만, 마냥 이유 없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사실 여부에 있어서 거짓말을 하는 건 불리하게 작용한다. 최근에 엠버 허드와 조니 뎁의 명예훼손 재판에서 해외의 반응을 보면, 김가람에 대한 해외의 반응도 짐작해볼 수 있다. 재판을 통해서 엠버 허드는 멍든 사진을 조작했다는 것이 드러났고 자신에게 유리한 건 기억하지만 불리한 건 기억하지 못한다고 대답해 대중은 분노하며 그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비판했다. 물론 재판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위증은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용인될 수 없다. 따라서 무조건 방어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자신의 잘못이 있고 그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좋다. 김가람의 사례도 마찬가지로 진솔함을 무기로 자신을 방어했다면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서라도 6인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결정이 나쁘진 않았겠지만, 애초에 가해자 측이 피해자 측에 손가락질하며 쌍방에 과실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현재도 피해자 프레임으로 활동 중단을 해버린 건 치명적 실수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르세라핌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도 외국인들이 뱀 이모지로 댓글을 남기는 것이다. 차라리 유튜버들처럼 어떤 점에서 잘못했는지 밝히고 피해자와 합의를 빨리 본 것을 영상으로 게시했다면 해외 팬의 동정 여론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이미 그 시점마저 지나버렸다. 가해자였으면서 스스로를 피해자로 포지셔닝한 것은 아주 잘못된 전략이다.
쏘스뮤직은 걸그룹 여자친구를 성공 반열에 올린 것 외에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물론 걸그룹 여자친구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례이지만, 이 성과만으로는 아직 자만을 품을 때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전의 성공에 기반한 소속사의 근자감이 이번 논란에 대한 대응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성공을 맛보았던 윗선 몇 명의 '내가 해보니 이게 제일 낫더라'라는 말에 의한 결정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고 이와 관련해서는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지혜롭게 해쳐나가야 한다. 지금 잠시 활동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는 여론을 잠재울 수 없다. 다시 등장하기만 하면 '학폭'은 꼬리표처럼 따라와 끊임없이 김가람과 해당 그룹 멤버들을 괴롭힐 것이다.
오히려 아이들의 전 멤버 수진처럼 차라리 탈퇴한다고 했다면 후일을 도모하기가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탈퇴를 결정한 것이 개인의 과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팀이 피해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자신의 자리를 기꺼이 포기했다는 점이 대중에게 의외로 긍정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다고 본다. 특히 요즘 김가람으로 인해 수진에 대한 동정여론도 커지고 있는 상황을 보니, 당시의 탈퇴 결정이 수진에게 반등의 기회를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것도 같다.